세계인의 축제요, 우리나라도 일부 종목에 국한되긴 했지만 올림픽 10위권의 성적을 가진 강국이라면 강국.

사격에서 진종오 선수가 첫 은메달을 선사했을 때에도 좀 느꼈었는데,
일단 진종오 선수가 메달을 따고, 뒤이어 최민호 선수의 금메달과 감격의 눈물.

모든 시선은 최민호 선수에게로 돌아갔다.

진종오 선수 시상식도 못봤네.  


어제 왕기춘 선수가 결승에서 시작과 함께 눈깜짝할 사이에 한판으로 져버렸다.
부상 투혼이라곤 하지만, 선수에게 부상은 어쨌든 자기 관리의 실패이자 스탭의 실패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말그대로 투혼을 발휘하며 결국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우리는 냉정하다. 이미 이원희라는 유도 스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를 이기고 출전한 올림픽이기에 모두가 금메달만 생각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은메달을 땄고, 모든 시선은 이원희에 대한 아쉬움과 왕기춘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진 것 같다.

결국 TV도 홀대했다.


펜싱 플뢰레 개인전에 출전하여 한국 펜싱계에 첫 메달을 선사한 남현희 선수.
TV도 역시 홀대한 편이지만, 더 재밌는 건 비난을 하는 애들이 많다는 것이다.
시종일관 환하게 웃는 모습에, '은메달 따놓고 뭐가 좋다고 실실 쪼개냐'는 식의 이야기.
역시 대한민국 네티즌은 여러 의미로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박태환 선수는 다르다.
은메달을 따도 '값진 은메달'이나 '아시아 수영계의 보물'이나 '영웅'이나 하는 말로 치켜세운다.
금메달을 딴 장면은 수도없이 방송에서 틀어준다.
심지어 모 방송사는 위성 상태 불량으로 방송 사고가 나면 바로 박태환 수영하는 장면 보여주더라.

이탈리아 아줌마들 틈바구니에서 값진 은메달을 선사한 남현희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강력한 우승 후보에게 초반에 한판으로 져버린 왕기춘은 불쌍하기까지 하다.

둘 모두 세계 1위에게 진 것 아닌가?
1위에겐 졌지만 세계 2위임을 실력으로 보여준 것 아닌가?


박태환에게의 시선은 지극히 상업주의적인 발상의 표본이다.
이미 박태환의 모델 등급은 특A급이란 말이 나오고 있고(6개월 단발 5~6억원),
박태환이 스크린에 자주 나와주는 것은 여러 모로 시너지 효과가 있다.
특히 박태환을 광고 모델로 기용 중인 모 회사들은 더할 나위 없을 것.

 
결국 이래저래 드는 생각은,
아무리 은메달 10개를 따더라도 금메달 1개만 못하다는 것.
금메달 지상주의를 이번에도 제대로 보여주는 방송사와 네티즌들의 아름다운 콤비네이션.
 


우리가 언제부터 스포츠 강국이었고,
금메달 아니면 씹어줄 정도의 나라였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오늘이다.


HTN (HARUNAGI True Network) 하루나기™ 기자. 2008년 8월 12일 18:42 입력.

 
Posted by 하루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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