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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9 항상 현재가 가장 힘들다. 그리고 현재가 가장 힘들다.
청년 실업 문제, 취업 대란 등 연말부터 연초까지 심심하면 나오는 말들이다. 사실 지금까지 시험 준비로 살았으니 학원 다닐 때, 원서 접수할 때, 시험 볼 때 정도나 취업 전쟁을 느꼈던 것 같다.

최근 이런 취업란을 몸소 느끼고 있다.

교육청에는 구인란이 따로 있어서 학교에서 필요한 기간제 교사나 시간 강사를 구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온다.

기간도 1년, 6개월, 1개월 등 다양하다.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 6개월짜리 정도가 적당하겠지만, 1년 계약을 하고 중간에 그만 두는 방법을 잘 쓰기도 한다. 어찌될지 알 수 없으니 그나마도 안정적인 1년 계약을 선호하는 셈인데, 이게 경쟁률이 엄청나다.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요즘엔 실제로 느끼고 있다.
1개월이라고 해도 '그거라도...'라는 사람들이 셀 수 없다.


이메일로 접수하는 경우, 게시물 작성 후 약간의 시간이면 메일 용량 바닥나서 접수도 못한다. 팩스 접수를 받는 경우, 팩스가 들어갈 때까지 무한 반복...수십 번을 시도하고도 못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나마도 우편으로 보내는 방법이 일반적이지만 얼마나 많이 보내겠는가.

다 같진 않은데, 이력서만으로 접수가 가능한 곳이 있고,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함께 받는 곳이 있는데, 기간제 교사의 경우 보통 함께 받는다.

이 경우에도 지정된 양식이 있는 곳이 있고, 없는 곳이 있다.
잘 알겠지만, 지정된 양식이 없으면 스스로 잘 꾸며서 적어야 한다.
몇 군데 지정 양식을 살펴 보니, 특정 항목에 칸이 참 큼직하다.

경력 사항, 봉사 활동 관련 항목.

보통 학원 경력도 인정해주지만, 그건 둘째치고 큼직한 칸에 넣을 수 있는 말들이 별로 없다.

이쯤되니, 슬슬 과거 생활을 떠올리게 된다.
난 과거에 무얼 했길래 지정된 양식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걸까?


변명을 하자면, 시험 합격을 전제로 계획이든 뭐든 진행했기 때문이라 하겠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


사람은 참 어리석은 동물이다. (내가 그렇다고 모두가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명백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적어도 내 경우엔...^^


중학교 시절, 내게 가장 힘든 일은 고등학교 진로 결정이었다.
외국어 고등학교, 실업계 고등학교 모두 준비했었다. 결론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중학교 3학년 1학기 땐 외국어 고등학교 준비생들을 따로 방과 후에 모아서 수업했었다. 그러다가 방학 지나고 사소한 이유로 외고 입시를 접었다. 그리고 선택하려고 고민했던 게 실업계. 그러나 집안에서 반대를 완강히 하셔서 설득 당했다. -ㅁ-;

고등학교 시절, 내게 가장 힘든 일은 수학능력시험 준비였다.
당시엔 이것보다 힘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고, 수능만 끝나면 세상 모든 걸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고등학교 3학년 2학기까진 본고사 준비생들과 함께 공부했다. 당시엔 모 대학교에 응시할 생각이었고, 논술 본고사를 따로 준비해야 했는데, 이것도 아주 사소한 이유로 다른 학교를 선택했다.


어쨌든 그렇게 대학에 왔더니 이성 문제와 군입대 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다. 교직 과목 이수는 이수자 중 성적순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선출하기 때문에 2학년까지는 마치고 입대해야 했다.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닌데, 제대 후 머리 쌩쌩 돌아가는 애들과 경쟁하긴 싫었다.) 그렇게 2학년 마치고 입대한 후 동기에게 선출되었다는 편지를 받고 안도했었다.


군대 시절은, 물론 힘든 일도 많이 있었지만...군대는 세상사에 고민하던 사람들에겐 그저 안식처가 될 뿐이다. 잡생각은 안해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재밌는 일들도 많이 있고, 고독하지 않다는 것은 삶의 큰 위안이다.

혼자 밥 먹고, 혼자 TV보고, 혼자 컴퓨터를 하고...혼자 지내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 일인가. 최소한 군대는 그럴 일이 없다. 물론 요즘엔 서로 터치를 안하는 쪽으로 많이 바뀐 것 같지만.


제대 후, 복학 전까진 선후배, 동기, 동창들을 만나며 보냈고, 연애도 하고,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자격 시험도 좀 보며 지내다 복학하면서 바로 학회장(학과 내 소모임)을 하면서 학원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1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4학년이 되어선 교생 실습과 졸업 준비, 후배들과 수험 관련 공부 모임으로 바쁘게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의 생활은 '시험 준비'라는 말밖에 할 게 없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의 내 삶 중 가장 어두운 시기가 최근 몇 년이다.

항상 그 시절엔 닥친 그 일이 가장 힘들고 괴로운 일인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힘들고 괴로운 시기가 돼 있다. 이 얼마나 어리석고 바보 같은 생각인가?!


취업(혹은 아르바이트)에 도움을 받을 수 있던 순간들이 몇 번 있었는데, 혼자 힘으로 어떻게든 하겠다고 거절했었다. 작년 말에도 모 분께 술자리에서 연락 드리겠다고 말하고선 지금까지 연락을 하지 않았다.

아직도 혼자 힘으로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어리석은 고집만 피우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스스로 마지노선을 그어두긴 했다. 뒤늦게 청한 도움은 서로에게 하나도 도움될 게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도 마지노선을 정했다. 마지막으로 발악을 해보는 것이거나 정신을 못 차린 것이거나.


삶의 목표가 뚜렷한 것만으론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뚜렷한 목표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것들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것들이란 자신의 목표만큼의 가치를 가진 것들이어야 한다.
난 이만큼의 가치를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

물론 내 이야기는 진리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맞다고 받아들여질 이야기도 아니다. 전에 적었듯, 난 지천에 널린 세 잎 크로버이고, 내 경험, 내 생각을 글로 옮겨둘 뿐이다. 그럼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서로 신세 한탄하며 패배 의식에 물들자는 말이 아니란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진정 그 사람을 위한다면, '힘들었겠다.'는 말보다 '그런 식으로 하니까 그렇게 된 거야'라고 진심 어린 호통을 쳐줄 생각이다. 스스로 모범을 보여보란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할 생각이다. 난...칭찬에 능력을 발휘하는 유형이니까. ^^

개성적인 자기소개서 구상&작성 중에...
Posted by 하루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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