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노트북 하드가 너무 꽉 차서 조금이라도 백업을 하려고 외장 하드 한 개를 연결했다.

E-IDE만 써왔는데, 딱 하나만 S-ATA2 방식의 W/D사의 하드.
매번 그렇듯 연결할 땐 그나마도 가장 늦게 구입한 녀석이 그나마 용량이 많기 때문에
그걸 먼저 연결해주는데,

노트북이 구형이라 자체 USB는 1.1을 지원하는 4개의 포트(2개는 이미 고장)뿐이라
2.0을 지원하는 2포트 PCMCIA카드를 통해 USB2.0으로 연결한다.

그런데, S-ATA2 하드가 문제인 것인지, 케이스(DataMore SATA2용 e-SATA+USB+USB허브 콤보)가 문제인 것인지 처음엔 안그랬는데 구입 일주일쯤 후부터는 자주 연결이 끊어지곤 했었다.

파일을 전송하면 전송하다가 멈춰버리거나, 어쩌구저쩌구 문제라며 오류가 있으니 다른 곳에 저장해보라고 오류 메시지를 뿌리거나 하는 거다.

이 경우엔 안정하게 저장장치 제거도 되지 않는다. 그냥 꺼주는 수밖에.

그 녀석은 파티션을 세 개로 나누었는데, FAT32로 30기가쯤 하나, 나머지 2개는 NTFS로 해두었다. 이건 예전부터 버릇처럼 FAT32로 하나를 만들어두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며칠 전엔 그 하드에서 가장 큰 파티션에 파일을 전송하다 또 멈춘 것 같아 끄고 잠시 후에 다시 연결했는데, 그 큰 파티션이 '로컬디스크'로 표시되는 거다.

항상 파티션을 나누고 포맷한 다음 볼륨레이블을 적어놓는데, 그 정해진 레이블이 아니라 그냥 로컬디스크로 나오더니 탐색기 트리구조에서 클릭을 하면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엑세스할 수가 없다', '파일 또는 디렉토리가 손상되어 할 수 없다.'는 식의 메시지가 나오는 거다.

엑세스가 안되니 오류 검사 같은 것도 할 수가 없다.
보통 이런 종류의 하드 문제는, 복구를 하더라도 기본적으론 그 하드에 쓰기를 하면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쓰기(파일 이동이니 복사니 하는 것들을 할 수도 없었지만...어쨌든 건드리지 않았다.)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든 살려야만 했다.

하필 그 파티션에 최근 복구하면서 백업해둔 고스트 이미지를 비롯해서 여러 백업 문서, 자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Orz


우선, KIN거운 마음으로 네이버에서 검색을 했다.
보는 글들마다 친절하게 복구를 해야하는데, 금액은 용량에 따라 다르다, 그러니 이곳에서 해봐라는 광고들이 대부분이요, 포맷하는 수밖에 없고 그게 아니면 복구를 해야하는데 돈이 든다는 이야기만 나왔다.

그렇게 하려면 내가 왜 검색을 했겠니?

컴퓨터 정비에서 가장 실력이 필요없고, 간단하고 쉬운 처방은 포맷이다.
원인이고 뭐고 힘들여 찾아낼 필요도 없고 손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정비하는 사람이라면 최후의 수단으로 택해야 하는 방법이 포맷이라 볼 수 있다.


물론, 포맷을 각오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백업 이미지를 비롯해 그 자료들에 도저히 포맷을 누를 수 없어서...이런저런 생각나는 것들을 실행에 옮겼다.


우선, 혹시 제거하고 다시 연결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십여 차례 그짓을 했고,
한국어로 언어를 제대로 해두면(평소엔 항상 일본어 상태) 혹시 될지 몰라 싶어서 그것도 했다.
결과는 삽질이었다. Orz

디스크를 검사해 보고 싶었는데, 윈도에선 제대로 인식을 못하니 난감해하다가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하나는 안전모드로 부팅을 해서 연결해보는 것. 그런데 이건 생각해 보니 아닌 것 같았다.
사소한 문제, 특히 드라이버랑 관련된 문제는 안전모드로 부팅했다가 정상 부팅을 하는 것만으로도 해결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번엔 그 문제도 아니었기에 다른 방법을 해보기로 했다.

그 다른 하나의 방법은, 도스 모드(윈도-시스템32 폴더에 있는 cmd.exe)로 들어가서 해당 파티션을 들어가보거나 해보는 것.


도스 모드에서도 해당 파티션으로 변경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체크디스크를 실행했다. 혹시 될지도 모른단 생각에.
윈도에서 디스크 오류 검사는 아마도 도스의 체크디스크일 거라 생각하는데...
어쨌든 윈도에선 할 수 없었어도 도스에선 되지 않을까 싶어서 해보기로 한 것.

체크디스크의 명령은,

chkdsk n:


이것처럼 명령어 [드라이브]의 형식이다.
도스를 조금이라도 겪어봤다면, 'n:'은 N드라이브를 가리킨다는 걸 알 거다.

이렇게 했더니 볼륨레이블이 제대로 나오는 게 아닌가?!
그래서 오류를 수정할 수 있나 알아보았다. (윈도에서 디스크 검사는 검사 전에 두 개의 체크박스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그중 위에 체크한 것과 같은 기능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chkdsk /?


이건 chkdsk(체크디스크)라는 명령어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도스 명령어이다. 명령어 뒤에 /?만 넣어주면 된다.

그랬더니 대여섯 가지의 옵션값이 나왔는데, 대충 f라는 옵션을 주면 될 것 같았다.
r옵션은 f의 옵션을 포함하면서 섹터를 검사하고 오류도 수정해준다는데...배드섹터는 아닌 것 같았으니.

chkdsk n:/f


생각대로 총3단계의 검사가 이루어진다.


윈도에서 하드디스크 우클릭한 후 등록정보 - 도구 - 디스크 검사를 했을 때,
두 개의 체크 박스 중 위에 것에 체크하면 3단계 검사, 둘 다 체크하면 5단계 검사를 하는데,
4단계 검사와 5단계 검사는 하루에 과연 다 할 수 있을까 싶은 정도로...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지금까지 제대로 5단계까지 다 해본 적이 한두 번 있었을까?)

어쨌든 저 명령어를 누르고 엔터를 치니 이런저런 검사가 시작되었다.
색인 정리, 목록 정리 등등...그러더니 문제가 있었던 거 수정을 하겠다는 거다.

이 부분에서 잘하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모든 작업을 끝내고 결과가 출력되었는데,
마스터 테이블에 비트맵 영역? 암튼 그거에 문제가 있던 몇 개의 파일을 바로잡았다는 거였다.
(그외에도 여러 수정 결과가 나왔지만, 내게는 이게 제일 중요했는데, 마지막으로 그 하드를 끌 때 봤던 메시지가 n드라이브에 비트맵 영역에 오류가 있어 제대로 저장하지 못했고, 데이터가 손실될 수도 있다...는 식의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희망을 품고, 연결을 해제한 다음 깔끔하게 재부팅을 하고 연결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도스 모드로 들어가기 전까진 줄담배를 피우며 짜증을 엄청나게 내고 있었는데,
막상 해결하고 나니 또 어찌될지 몰라 우선 고스트 이미지부터 다른 하드에도 복사하는 작업부터 했다. 어쨌든 성공이다!!!


우연이든 뭐든 나름대로 증상과 해결한 과정을 적어보았는데,
이는, 여러 검색사이트에 올라온 비슷한 증상에 대한 해결법이 피상적이고 실제적이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검색하면서, 나와 비슷한 경우를 다른 여러 사람들이 질문을 했지만 돈은 들지만 복구를 하라거나 포맷을 하라거나 하는 말들 뿐이니 그냥 포기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이 들도록 유도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적은 방법이 비슷한 증상을 겪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결과를 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뭔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과 그냥 포기하게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사용자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활용성과 유용성은 천차만별이다.
그냥 누가 정리해둔 것을 복사한 글들만 올리는 게 아닌,
복사해서 포스팅하는 그들이 좀더 실제적이고 경험적인 내용을 추가해서 비록 복사글일지라도 좀더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 글을 올려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안도감과 함께 몇 가지 백업을 또 해두어야겠다.

혹시나 이 글이 유료 복구나 포맷만 생각했던 다른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면 글로 남겨둔 보람을 느낄 수 있으리라.

+ 이틀 전에 있었던 일이라 MFT에서 Bitmap이었는지, MBR에서 Bitmap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못하지만, 확실한 건 Bitmap영역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
Posted by 하루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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