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순수하게 애도하렵니다.
오랜만에 나타나 이런 글을 쓰네요. ^^;;;
천안함 관련 장병들에게도 애도를,
금양호 실종 선원분들께도 애도를,
투철한 군인 정신을 발휘하신 고 한 준위께도 애도를 표합니다.
제겐 이걸로 다 입니다.
처음부터 '왜 그들이 영웅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장병 부모들, 식구들은 아무도 영웅이길 바라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웅이 아니어도 좋으니 살아만 돌아오길 바라지 않았을까요?
갑자기 이들이 영웅이 됐습니다.
안타까운 사연들이 하나 둘 소개가 되었습니다.
군대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군생활을 하는 동안 제법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사망합니다.
(전 중대장급까지 전달되는 사고사례문서를 모두 봐왔던...
비밀취급인가 2급...인척 하며 지낸 일개 소총수였습니다.)
기갑부대에 있었기 때문에 전차나 장갑차 사고도 많이 접했었습니다.
천안함 사건처럼 비싼 장비가 두 동강이 나는 초유의 사태까진 아닐지언정
전차나 장갑차 사고로 목숨을 잃은 간부나 장병의 사고 사례도 제법 접했습니다.
위에 적은 것처럼 사고사례입니다.
(이들도 분명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었을 터이고, 훈련 중 사망한 예입니다.)
천안함이 왜 침몰했는지 우리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군 내부에선 뭔가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무 것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고,
가족들의 사연들이 하나하나 소개가 되고,
특집 방송을 하고,
'영웅'이란 말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전국민의 애도 기간과 함께 목요일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기념일입니다.
현재 밝혀진 사실은, 침몰 당시 아무런 경계 태세도 갖추지 않았었고 비상도 없었으며,
함미에선 선원실, 화장실, 세면장 등에서 시신들이 생각보다 깨끗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는 겁니다.
현재 이들은 일계급 추서와 함께 무공 훈장이 내려졌고,
해군 최고의 예우와 함께 전사자에 준하는 대우와 유가족들에겐 유공자 유가족으로 인정하기로 하였습니다.
금일 신문에 수색 중단하기로 합의하고 장례식을 치르기로 하자
군의 태도가 돌변했다는 식의 기사가 났습니다.
전 솔직히 좀 두렵습니다.
국가가 주도해서 만들어 놓은 애도 분위기에 마치 내가 숨진 그들에게 침을 뱉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서 말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군대에서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나오신 분이라면 더더욱 안타까워 할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참 안타깝습니다.
아울러 찬밥...이라고 표현하기 민망할 정도로 신경 끄고 있는 금양호 선원분들에게도 심심한 애도 금할 길 없습니다.
그렇지만, 애도는 애도이고 그에 대한 국가나 군의 반응은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요?
군에서 훈련 중에 사망한 장병들 역시 나라를 지키다 죽은 겁니다.
경계 근무 중 사망을 했더라도 나라를 지키다 죽은 겁니다.
왜 이번 일만 이렇게 크게 떠들게 됐을까요?
전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 때 94학번 선배를 잃었습니다.
말로 하기 힘든...순식간에 일어난 일로...무기도 없이 싸우다 숨진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선배는...그냥 조용히 가야했습니다.
오랜만에 들어와(들어왔다기보단 항상 모니터링...을 하고는 있습니다.
이런 글을 남기게 된 점 심히 유감스럽습니다.
위 이야기에 대해 결론은 짓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전 천안함 사망자도, 금양호 선원도, 수색 중 사망한 대원도...모두 그저 애도할 따름입니다.
하루빨리 진상이...가려진 진실이 아니라 제대로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고 또 바랄 뿐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그 어떤 정치 세력들도 천안함을 운운하고 영웅을 운운하며 애도라는 탈을 쓴 선전으로
쓰이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 모 클럽에 오랜만에 남기는 글이 이런 글이어서 참 씁쓸하다.
성금 모금에 일부 회사들은 사원들의 동의 없이 강제로 성금을 떼려 하고 있다.
천안함 실종자, 사망자 유가족들은 어쨌든 국가 최고의 예우를 약속받았고,
유공자 유가족으로 연금도 지급되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죽은 자식이 살아 돌아오진 않는다. ㅜ_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말 성금(돈으로 위로가 될리 없겠지만)이 필요한 분들은...?
회사들의 강제 성금 모금이 가져올 파장은?
납득할 만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은폐하고 축소하고 전도하려는 노력만 하려고 한다면,
결국 이 모든 상황들은 높은 사람의 지시가 있지 않고선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