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알콩달콩 하루나기

대체 왜 자꾸만 이런건지..

하루나기™ 2004. 8. 9. 22:12
어제도 여느 때와 같이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했기에 문이 열리는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이 때, 낯 익은 얼굴이 앉아 있는게 보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좀 신경 써서 보니 후배였다.

최근 8개월 정도 연락도 한 번 안 했다. 그 후배에게 온 연락에 아무런 답도 안 해줬었다.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을 안 하고 지내는 중이지만, 솔직히 마음 한 구석에 미안한 마음 뿐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정말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우연이라는둥, 어떻게 지하철에서 만나냐는둥 얘기를 했을 사이인데...;

내리는 곳이 같다. 나는 출구로 나가기 위해, 후배는 환승을 하기 위해 내려야 하는 환승역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후배와 마주칠 것 같아서 있던 자리에서 하나 뒷쪽 문으로 갔다. 그리곤 내리자마자 계단으로 내려가면 얼굴을 마주칠 것 같아서 그냥 내려자마자 창문으로 향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계단으로 내려갔는데, 후배가 환승을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많이 예뻐졌다고(정말 많이 예뻐진 듯 보였다. 제대로 볼 순 없었지만;) 한 마디 건내며 잠깐이나마 기쁜게 담소라도 나눌 수 있을 터였는데...

사람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 두려운 일이 돼 버릴 줄은 몰랐다.

집과 도서관만 왕복하게된 가장 큰 원인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계속 변해만 가는데, 난 그 자리에서 멈춰 있다. 이대로는 계속 멈춰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몸은 그대로인체다.

무엇이 두려워서, 무엇이 못 마땅해서, 무엇을 원해서 이러고 있는 것인가.....